화천 물뫼골로 띄우는 편지
060426 별이아빠
060426 별이아빠
선배! 잘 지내죠?
병희형님 다친 허리는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아참, ‘번개’도 잘 있지요?
뜬금없이 왠 편지냐구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 환경운동센터에서 화천 다녀온 이야기 좀 써달라고 청탁을 오래전에 받았는데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컴퓨터앞에 앉았는데 사실 뭘 써야 할지 고민만 하다 괜스레 선배한테 편지나 써야겠다 싶어 이렇게 앉아있네요.
화천에서 본 선배의 행복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네 삶보다 백배 천배는 더 행복해 보여서 사실 많이 부럽더라구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은 집에서 농약과 화학비료에 찌들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와 방문만 열면 보이는 푸른 산과 맑은 공기... 도시생활에서는 정말 경험하기 힘든 말그대로 자연친화적인 삶이 저에게는 마냥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부럽기는 하지만 막상 거기서 살라고 하면...솔직히 자신은 없네요. ^^;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귀농’을 생각할꺼예요. 꽉 막힌 도로, 오염된 공기, 살인적인 경쟁, 무미건조한 인간관계 때문에 이 지긋지긋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벗삼으며 살고 싶은 욕망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그래서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산골짜기로 찾아드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이유겠지요.
맞아요. 지금의 도시생활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속가능하지가 않아요. 아무리 개인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도시’가 갖고 있는 그 파괴적 속성에서 우리는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모든 나라의 도시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유독 한국사회에서의 ‘도시’는 그 파괴적 속성이 남달라 보여요. 그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또 그 ‘돈’을 벌기위해 우리의 삶의 거의 모든 시간을 죽은 노동에 투자를 해야 하고, 또 그 ‘돈’ 때문에 자살하고, 살인하고... 생각해보면 정말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왜 그럴까요?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사람들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면서 달려갈까요? 투기 잡는다고 신도시 만들고, 주택이 부족하다고 그나마 남아있는 숲도 단숨에 밀어내고 아파트 때려짓는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왜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지속되는 걸까요?
‘개발’과 ‘성장’이라는 산업사회의 논리는 그 근본에 ‘파괴’의 속성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농업을 파괴하고,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그 무서운 논리가 ‘개발과 성장’ 논리가 아닐까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되면 뭐합니까. 한국이 아니, 지구전체가 절단나게 생겼는데... 그래도 개발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말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상황을 뭘로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사실 저는 ‘귀농’이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귀농’ 자체가 대단히 개인적인 것이라 치부했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농촌으로, 산골짜기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정치적’으로 보이거든요. 물론 귀농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 안하겠지만요.
도시의 욕망에서 벗어나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 자체가 대단히 혁명적인 것이지요. 비자본주의적인 삶의 양식에 대한 자기표현이라고까지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 도시는 어쩔건가... 꾀 골치아픈 문제죠. 또 다른 문제도 있어요. 근데 왜 많은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사회를 변혁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아직도 꾸면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저로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사실 난감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도 많은 걱정입니다. 이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 협동과 연대, 자치와 자립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괜한 질문 때문에 편지가 너무 딱딱해 졌네요. 답답한 마음에 선배에게라도 이런 하소연을 하는 거라 생각해주세요^^; 물뫼골에 또 가고 싶네요. 다시 물뫼골에 찾아가는 날 쏟아지는 별들 보면서 막걸리 한 잔 같이 기울일 날이 또 있겠지요.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구요. 병희형님께도 안부전해주세요. 그리고 ‘번개’한테두요.^^
# 수원환경운동센터 회원소식지 <늘푸른마당> 5월호에 실리다.
trackback from: 화천에 다녀오다.
답글삭제이틀동안 선배가 귀농한 강원도 화천에 다녀왔다. 갈대밭으로 무성짓고했던 땅에 집을 , 밭을 일군지 3년째. 6개월동안 혼자 집을 지었다는 병희형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다. 이 집이다. 6개월걸렸단다. 혼자집짓는데... 대단하다. 겨울엔 춥지 않을까 했는데, 군불떼면 아침까지 그야말로 뜨끈뜨끈. 찜질방이 따로없다. 전기도 없다. 물론 전기를 끌어다 설치는 할 수 있는데 돈도 많이 들고, 궂이 돈들여 그럴필요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