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직선을 치뤄집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비록 5명의 후보가 나와서 서로를 뽐내고 있긴 하지만
작년 서울 교육감 선거때와 마찬가지로 '진보 vs 보수' '이명박 vs 반이명박'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교육감 한명을 바꾸는게,
사실은 1년에 2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자살을 하는 이 말도안되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그 '알량한' 믿음 때문에라도 하기 싫은 '투표'를 해야 합니다.
이 시대 '투표'라는 행위는 내 자신의 권리를 '위임'하는 그야말로 '대리'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상징적 행위입니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장 이명박씨를 봐도 그렇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말라는 짓은 골라서 합니다.
당선된 후에는 무슨 조선시대 '왕'이라도 된 듯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밀고 나갑니다.
이게 선거, 투표행위의 한계입니다.
물론 '소환제' 같은 보조수단은 있긴 합니다만 아직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는 그 '소환제' 마저 반쪽짜리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땅 교육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습니다.
<자살한 여중생이 편지 형태로 남긴 유서(1986년, S사대 부중 O양)>
<자살한 여중생이 편지 형태로 남긴 유서(1986년, S사대 부중 O양)>
H에게
난 1등 같은 것은 싫은데...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은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친구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은 우리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지.
난 인간인데,
난 친구를 좋아할 수도 있고,
헤어짐에 울 수도 있는 사람인데...
어떤 땐 나보고 혼자 다니라고까지 하면서
두들겨 맞았다.
나에게 항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라고 하는 분.
항상 나에게 친구와 사귀지 말라고
슬픈 말만 하시는 분.
그 분이 날 15년 동안 키워준 사랑스런 엄마.
너무나 모순이다, 모순.
세상은 경쟁! 경쟁! 공부! 공부!
아니 대학! 대학!
순수한 공부를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멋들어진 사각모를 위해,
잘나지도 않은 졸업장이라는 쪽지 하나 타서
고개 들고 다니려고 하는 공부.
천만 번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고,
그렇게 해놓고는 하는 짓이라고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그저 종이에다 글 하나 써서,
'모박사'라고 거들먹거리면서,
나라, 사회를 위해 눈곱만치도 힘써 주지도 않으면서
외국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 하는 따위.
공부만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
공부만 한다고 잘난 것도 아니잖아?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해 이 사회에 봉사,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그것이 보람있고 행복한 거잖아.
꼭 돈 벌고, 명예가 많은 것이 행복한 게 아니잖아.
나만 그렇게 살면 뭐해?
나만 편안하면 뭐해?
매일 경쟁! 공부! 밖에 모르는 엄마.
그 밑에서 썩어 들어가는 내 심정을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까?
난 로보트도 아니고 인형도 아니고,
돌멩이처럼 감정이 없는 물건도 아니다.
밟히다, 밟히다 내 소중한 내 삶의
인생관이나 가치관까지 밟혀버릴 땐,
난 그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떤다.
하지만 사랑하는 우리 엄마이기 때문에...
아, 차라리 미워지면 좋으련만,
난 악의 구렁텅이로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엄마를 구해야만 한다.
내 동생들도 방황에서 꺼내줘야 한다.
난 그것을 해야만 해. 그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난 그 성적순위라는 올가미에 들어가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삶에 경멸을 느낀다.
"전교 ○등, 반에서 ○등,
넌 떨어지면 안 된다.
선생님들이 널 본다.
수업시간에 넌 항상 가만히 있어야 한다.
넌 공부 잘하는 학생이니까 장난도 치지 마라.
다음번에 ○등 해라.
왜 떨어졌어?
친구 사귀지 마.
공부해!
엄마 소원성취 좀 해 줘.
전교 1등 좀 해라.
서울대학교 들어간 딸 좀 가져보자.
그렇게 한가하게 음악 들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공부해"
매일 엄마가 하시는 말씀들.
자기가 뭔데 내 친구 편지를 자기가 읽는 거야.
그리고 왜 찢는 거야.
난 사람도 아닌가?
내 친구들은 뭐, 다 못난 거야?
그리고 왜 약한 사람을 괴롭혀?
돈! 돈! 그게 뭐야.
그게 뭔데 왜 그렇게 인간을 괴롭히는 거야.
난 눈이 오면 한껏 나가 놀고 싶고,
난 딱딱한 공해보다는 자연이 좋아.
산이 좋고, 바다가 좋고...
하긴 지금 눈이 와도 못 나가는 걸.
동생들도 그러하고...
너무 자꾸 한탄만 했지, 그치?
졸업하면 나는 아예 그 먼 고등학교에 가서는
집에 갇혀서 죽도록 공부만 해야 될 것이다(으, 끔찍하다).
난 나의 죽음이 결코 남에게
슬픔만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
그것만 주는 헛된 것이라면,
난 가지 않을 거야.
비록 겉으로는 슬픔을 줄지는 몰라도,
난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줄 자신을 가지고
그것을 신에게 기도한다.
- 1986년 1월 15일 새벽에
1986년 자살한 학생의 유서입니다.
2009년, 지금하고 달라진게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텐데, 좋은 성적은 행복을 가져다 줄 것 처럼, 지금도 난리법석 아닙니까.
경기도교육감 후보들 중에 '사교육 줄이고 공교육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다 있습니다.
돈없고 백없는 서민들에게 교육혜택 돌아가게 집중 투자 하겠다는 말 잘도 쏟아냅니다.
공부잘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주겠다... 뭐 이런거 겠지요.
근데 지금 교육문제의 핵심은 제가 생각할 땐 바로 이거지요.
'공부잘하면 행복해진다'
이 명제 때문에 아이들이 새벽별보기운동 하는거 아닙니까.
여기에는 '경쟁'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누구'보다' 공부를 잘해야 하니까요.
이게 어른들, 학부모들의 생각아닙니까?
이 근본적인 가치관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소위 '교육개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경기도 교육감 후보의 적임자는 없다고 봅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공교육' 이든 '사교육' 이든 별로 달라질게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의 말들이 많습니다.
교육이나 정치나 세상이나...
아래로부터 일어나지 않는 '혁명'은 결코 성공하지 않습니다.
'경기도민 850만 중 15% 투표율에 몇만표를 얻으면 당선권이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면
짜증이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 자식교육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 까봤으면 합니다. 너무 시니컬 한 가요?
저도 내년이면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대안학교 생각도 해봤지만 '돈' 때문에 사실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내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이상
최소한 미쳐 날뛰는 경쟁교육에 조금 이나마 균열을 내야 한다는 그 '알량한' 믿음 때문에
4월 8일 투표를 하려고 합니다. 그 알량한 투표권, 행사 한번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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