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1일 수요일

나는 상습시위꾼일까 아닐까




2월 28일이었지요. 그 날은 참 많은 사람들이 모였드랬습니다.
민주노총 노동자들도 많이 모이고, 촛불시민들도 모이고, 그렇게 모이고 모여서 서울 시청 부근에는 3만여명에 가까운 인파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하고 있었지요.
그 가운데 제가 있었습니다.
용산 유가족 분들이 영정을 들고 도로 한복판에 철푸덕 앉아 계신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앞을 여전히 중무장한 전경들이 언제라도 달려들 기새로 방패로 도로를 찍고 있었습니다.
결국 행진대열은 가로막은 전경들을 뚫지 못하고 명동으로 명동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사단이 났습니다.
대열의 앞과 뒤, 옆에서 경찰은 위협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실랑이가 있었지요.
이 때 순식간에 저는 전경들 손에 이끌려 전경들 품안(?)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을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왜 그렇게 끌려 들어가야 했는지.
그 순간 부터 날라오는 주먹과 발길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2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 맞은 가슴통증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원을 다니면서 침을 맞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경찰관계자들이 보면 저를 '상습시위꾼'으로 판단하겠지요.
그래요, 저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서 촛불을 듭니다. 말그대로 '상습시위꾼'입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수원에서 촛불들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번 정도 하면 '상습 시위꾼' 맞죠?
상습시위꾼이든 전문 시위꾼이든...
다 좋은데...'꾼' 이라는 표현은 좀 거슬립니다. 뭐 그 정도야 눈감아주고 넘어갈랍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과 나들이도 가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저러나...뭐 그런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하나 봅니다. 그래서 참 딱합니다. 이명박씨가 딱하고 상습시위꾼 잡아 넣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서울경찰청장인지 하는 분도 딱합니다. 그러면 상습적인 시위가 없어질 것 같이 생각하는 그 단세포적인 두뇌가 참 딱합니다.

이제는 이명박씨와 딴나라당에 대한 '분노'보다는 '연민'이 느껴집니다.
이 선수들 참 딱합니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지들끼리 '맞다'고 우겨대는 용기가 가상합니다.
지금도 가슴통증 때문에 기침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저를 때린 전경분들에게 분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해서 전담반 구성해서 저를 개패듯 팬 전경들 다 잡아넣으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명박씨 일당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잡혀가든 끌려가든 개패듯이 맞아 죽던 민초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
묵묵히 그럴 뿐입니다.
그저 '상습시위꾼'이든 '전문 시위꾼'이든 우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 때문에 그러는지 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좀 그렇습니다. ^^

다.잡.아.가.도.당.신.들.의.권.력.은.이.미.무.너.졌.다.




댓글 10개:

  1. 이런말 하기 뭣하지만,

    가만히 읽어보니.. '꾼'이 맞으신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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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lanet3rd - 2009/03/11 10:42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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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상습시위꾼에 국회의원도 포함시키면 어떨까?
    아침에 회사에서 기사를 보고, '저녁에 집에가서 포스팅을 해야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그냥 '기사'가 아니고,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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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나는 '상습시위꾼'이다.
    나는 '상습시위꾼'이다.

    누가 나를 '상습적'으로 시위에 나가게 하는가?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과격시위에 단골로 등장하는 200여명의 '상습시위꾼'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 전체를 검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단다. 일단 그가 말하는 '상습'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기에, 국어사전의 힘을 빌려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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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러게 말이죠..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는게야..

    항상 우리를 상습 시위꾼으로 만들고, 촛불을 들게 만드는 배후세력이 지들인지도 몰라요

    저 바보들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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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도대체 세상에 얼마나 꾼이 많은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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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실 따지고 보면 시민들을 시위꾼으로 만드는 저들도 꾼은 꾼이죠.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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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onheur - 2009/03/12 00:15
    하하...맞아요..근데 '사기꾼'은 남이 모르게 사기를 치는 거잖아요..근데 이 선수들은 남들 다 '사기'라고 생각하거든요...ㅎㅎ...사기꾼 축에도 못드는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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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공권력으로라도 막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감에 늘 헐떡이는 정부....참 보기 안쓰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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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이명박이 되돌리려는 위계질서, 그리고 미학(美學)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 3편에서 '삶의 예술'이라는 챕터를 읽다가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는 이명박의 시도에 미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분나쁜 성질의 것에다가 미학이라니? 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 시대의 1%들에겐 미학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역사상 기록에 남겨진 대부분의 예술이 싫던 좋던 같에 당시의 억압 기제에 영향을 받았고, 그 억압 기제는 '체제'라는 경제적 관계로부터 형성되었다. 그 당시의 예술은 귀족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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