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단한 장례식을 치뤘다.
엊그제 이 친구가 사망한 이후 이틀동안 죽은 모습 그대로를 지켜보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사실 움직이지 않는 것 빼고는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구분이 잘 가지도 않는다.
장수풍뎅이.
수컷과 암컷을 집으로 데리고 온지 두달 남짓. 생각밖으로 엄청난 먹성으로 하루에 젤리를 4개정도 먹어치우던 녀석들이다. 수컷은 암컷만 보이면 등에 올라타려고 발버둥치고 암컷은 싫은건지 귀찮은 건지 도망다니기 바쁘고, 흙속에서 도통 기어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 넘들 원래 야행성이라 밤만 되면 쫒고 쫒기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던데...
가끔 이런 장면을 솔재가 보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빠, 수컷이 또 괴롭혀".
"솔재야, 저건 괴롭히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거야"
"근데, 암컷이 싫어하는 것 같애"
내가 봐도 그런거 같은데..뭐라 해줄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쨌건, 엊그제 집을 잠시 비운 사이...
집에 와보니 수컷 풍뎅이는 뒤집혀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솔재가 죽은것 같다고...수컷을 잡아 손에 올려 놓았는데, 정말 죽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젤리에 머리쳐박고 죽어라 먹던 녀석인데...죽어버렸다. 풍뎅이들은 뒤집히면 스스로 뒤집지 못하기 때문에 가끔 이런 사망사고(?)가 있다곤 한다.
3년전 새끼 고양이를 시장에서 사온 후 일주일만에 사망한 사건도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충격적인 기억이라기 보다, 조금은 아쉬운 기억으로...
장수풍뎅이도 땅에 고히 묻어줬다. 3년전 고양이를 묻었던 근처에 풍뎅이도 묻어줬다. 잘자라...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솔찬이는 걱정한다. 밤에 고양이가 와서 잡아먹으면 어떻하냐고 걱정을 한다. 고양이는 이런거 안먹는다고 안심을 시켜줘도 걱정을 한다.
솔재는 어린이집 가는 길에 한마디 던진다.
"아빠, 난 오래 살고 싶어"
솔재야, 오래 사는거 보다 어떻게 살다가 죽느냐, 그게 더 중요한거란다...라고 이야기 해줄려다...그래 아빠랑 오래오래 살자...그러고 말았다.
풍뎅아. 잘가라...
장례식이라는 제목에 또 어느 분이 억울하게 돌아가시게 된건 아닌가 해서 순간 클릭하기가 망설여졌는데..아니네요. 하지만 내용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군요.
답글삭제@블링크 - 2009/09/18 10:40
답글삭제그래도 저희 아이들...장수풍뎅이 묻어둔 곳에가서 인사하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