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8일 목요일

[시집] 악어

악어(실천문학의 시집 156) 상세보기
고영민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2002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 고영민의 첫 시집. 시인은 이번 첫 시집에서 시적 엄숙주의와 관념적인 어휘를 배격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위트와 유머,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시를 읽는 재미와 유쾌함을 선사한다. 타인에 대한 여백, 가족공동체의 끈끈한 유대의식을 주요
소재로 하는 시인특유의 따뜻하고 소탈한 시선이 돋보인다. 타자와의 끝없는 소통 욕망과 가족적 유대감에 대한 지




향이 소통불능의 시대를 살아


단내가 난다

나뭇가지에 꽃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꽃이 스위치를 누르면
한꺼번에 켜지는
노란 백열등이 아니었다는 것을
불빛의 시작은 길고 긴
전신주를 달려
한강 물줄기로 더운 숨을 달래는
당인리 화력발전소

숨가쁘게 돌아가는 터빈의
힘겨운 공회전운동이었듯
나무는 제 안에 무한반복의
박동 소리를 품고
이 봄, 인내하고 포기하고
다시 아침에 출발선상에 서서
나이테의 둥근 트랙을
전력질주로 돌고 돌아
가지 끝에 노란 어지럼증을 매단다
붉은 열꽃을 매단다

뿌리에서부터 가속을 붙여
뛰어올라가는 달음박질 소리가
나뭇가지에서는 들린다
끝없는 시도 끝에
우듬지까지 차고 올라간
모든 꽃에서는 진한 단내가 난다
사람들은 꽃의 향기인 줄로만 안다

- 고영민 시집 <악어> 66-67p
- 2008. 2. 27 읽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