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7일 월요일

복분자


토요일 저녁, 장을 보며 조그만 회 한접시를 떠놨다. 냉장고에서 놀고 있던 '보해 복분자'가 있길래 늦은밤, 홀짝 거렸다. 책 한권과 회한접시, 시원한 선풍기 바람...그리고 술. 그림이 아주 좋았다. 두서너잔을 비우고 난 뒤에 병에 새겨진 선명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APEC2005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

그랬다. 2005년 부시를 포함한 아시아의 정상(?)들이 부산에 모여 이 복분자술을 들이키며 희희낙락 거린 그 순간에 나는 일군의 사람들과 함께 부산에 있었다. 그것도 11월 초겨울에 물대포를 맞아가며 그렇게 있었다. 수영강 넘어 누리마루에서 열리는 아펙회의에 항의하기 위해.

아마, 누리마루로 건너가는 다리입구를 콘테어너 수십개로 봉쇄한 자, 바로 어청수였을 게다. 거기서 효과를 톡톡히 본 어청수가 바로 작년, 광화문 한복판에 '명박산성'을 쌓았던게다. 그 컨테이너를 몇개 쓰러뜨리는 동안 수십톤의 물대포가 우리를 향해 쏟아졌고, 고스란히 젖어버린 우리는 다시 수원으로 오는 동안 버스안에서 젖은 몸 덜덜 떨며...그렇게 올라와야 했던...그 복분자...한잔 한잔 마시는 동안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요강이 옆에 있었으면...정말 깨버리고 싶었던...그 복분자 술 한병을 그렇게 간단히 비워버리며 생각한 것. 해방된 세상, 최후의 만찬주로 나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니미럴...소주, 맥주, 막걸리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ㅠㅠ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