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때가, 아마 80년인가 될꺼다. 기억의 조각은 운동장에서 가슴에 손수건을 단 코흘리게 친구가 줄을 서고 있는 게 전부다. 그리고 담임선생님.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졸업 앨범을 한번 들춰보면 기억이 날 성 싶다.
솔재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천당밑에 분당이라는 그 분당을 벗어나려고 나름 노력한 결과 수원으로 이사를 오기로 결정하긴 했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고 이제 한달뒤면 솔재를 입학시켜야 하는데, 아직 이사갈 집도 정해지지 않았고, 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보니...이제야 슬슬 오금이 저려 온다.
엊그제, 눈발이 흩날리는 시간에 수원으로 집을 보러 왔다. 보러오긴 왔는데 볼 집이 없단다. 부동산에서는 마땅한 집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며 내 전화번호를 가져갔다. 우선 분당 집부터 내놓고 오란다. 그게 순서란다. 뭐, 내가 집을 내놓고 사고, 해봤어야 알지...
남창초등학교. 솔재를 보내려고 하는 그 학교를 솔재와 같이 와봤다. 굳게 닫힌 정문에서 창살넘어 보이는 운동장과 학교 건물만 봤지만, 그래도 마음이 설렌다. 아직 입학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내가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설렌다.
내심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 보내야, 학교를 변화시키는데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리라는 것. 학부모들이 다 나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라는 것. 교장은 더할나위 없이 현실적인 인간일 터. 아무리 내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시험걱정, 선생님한테 혼날 걱정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솔재. 시험보다,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는 것을 초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공교육시스템에서 이런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등학교. 멀리서 찾기 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집앞의 초등학교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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